[기자수첩]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대한민국
국민들 '심리적 재난'…도덕적 해이·엉터리 국가시스템 노출
| 2014. 04.21(월) 10: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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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뛰어내린 사람 외에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사실상 해체된 '정부재난대응 컨트롤 타워'. 사고접수 후 한 시간 가까이 지나 꾸려진 중대본은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모으는 역할 밖에 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부정확하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과 혼란으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처럼 무력한 재난구조에 대해 국민들의 공분이 높아지자 정부는 지난 17일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범사고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범정부 사고재난 대응조직인 '중앙재난안전재책본부(중대본)'의 부실을 자인한 셈이다.
국민들은 '국가가 과연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배 안에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죽어가게 만드는 나라. 이게 정말 나라인가 하는 근본적 물음이다.
이번 사고 이전에 일어난 경주리조트 사고, 해병대 캠프 사고 역시 원인은 안전 불감증과 도덕적 해이가 가져온 인재였다. 떠올리기도 싫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 역시 원인은 인재였다.
왜 이 같은 인재에 의한 대형 참사가 반복되어 발생하는가. 그리고 사고 발생 후 대응은 왜 이리도 형편없는 것인가. 그건 정부가 총체적 복합재난 대응매뉴얼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순간만 요란하게 대응체계를 세운다느니 어쩌느니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명무실해져 버린다. 이번 참사로 도덕적 해이, 국가시스템의 초라한 현주소가 또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천안함 사고 이후 세금 1,590억원이나 들여 만들었다는 구조함(통영함)은 아직도 시험 중이라 이번 선박 침몰사고에 투입을 못했다. 이것이 국민생명을 보호한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국민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문책, 시스템과 소통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정부가 시간이 걸려도 사고 유가족들의 심리적 상처회복을 위해 죽을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고 이행해야 지켜보는 국민도 위안을 받을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민의 생명이 안보와 직결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실전과 같은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에 따른 대폭적인 예산 투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난안전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획기적인 처우개선도 함께 동반돼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고 재난에서 구해주는 관계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정부가 진심어린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로 국민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개선책을 다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