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그 시절 초가집이 그립다.
| 2016. 06.01(수) 15: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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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장상규] 세월이 흐를수록 고향 마을을 생각하면 그리움의 끝자락은 집이다.
집은 세상의 모든 추억 속 공통분모이리라.
40년 전 초가집...
내가 8살 국민학교 1학년 때, 그 당시에 새마을운동 지붕개량으로 다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꼈지만, 동네 어귀 내 동무 영숙이 집은 그때도 초가집이었다.
그 때는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또 모든 것이 풍족했다.
아궁이에 불 지펴 난방과 취사를 같이 했던 정제(부엌)는, 항상 그을음 벽이고, 설거지한 그릇 놓아두는 살강 찬장에도 그을음 먼지가 수북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음식을 해먹고 살았다.
감자 구워먹고, 메뚜기도 잡아서 구워먹으면 고소했던 그 시절, 아버지의 술 주정에 어머니의 잔소리가 이제는 추억이 되어 버린 고향이다.
초가집은 누군가의 기다림이 멈춰서는 공간이며, 주름 가득한 지붕만이 세월의 상념을 말해주는 듯하다.
어머니의 젖을 물고 나도 동생도 그냥 혼자서 자란 줄 알았지만, 해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숯 검댕이 얼굴로 돌아가면 반겨주는 초가집. 자식을 기다리며 어머니는 얼마나 초가집 앞을 서성거렸을까?
가실 거지(가을걷이) 끝나면 새 지붕으로 볏짚을 올리고, 썩은 볏짚 속에 엄지 손가락만한 굼뱅이들이 나왔는데, 꿈틀거리던 움직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것을 지푸라기에 구어 먹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서 내가 건강한가 싶다. 지금은 간에 좋다하여 없어서 못 먹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보약이란다.
아궁이 불 지펴 가마솥에 밥하고, 타고 남은 불 석쇠 위에 지금은 비싸서 못 먹는 싼 전어나 갈치를 올려 굽고, 그 불에 살짝 파래김을 구워, 마당에 가마니 덕석 깔아놓고 식구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아부지가 한 장씩 나눠주시던 파래김과 생선 한 토막을 애껴서 먹던 그 밥상이 그립다.
그 때 그 시절에는 풍족하지 않아도 뭘 먹어도 맛 났다.
지리산 철쭉 등산길에 마주한 산골마을 초가집에 옛 생각이 아련하고, 5월이 되면 어버이날을 맞아 돌아가신 아부지, 엄니가 보고 싶다.
그 시절 초가집이 그립다.
한국타임즈 양준식 기자 junesic10@hanmail.net 한국타임즈 양준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