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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단상] 종교시장에 올리는 3대(3代)의 기도

…이우송 살림문화재단 이사장, 다석채플 사제, 칼럼니스트
2016. 03.06(일) 15:25확대축소
[이우송/살림문화재단 다석채플 사제, 칼럼니스트]
[이우송/살림문화재단 다석채플 사제, 칼럼니스트]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린시절 외가 할머니의 보살핌 아래 1년을 살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외할머니는 특정한 종교를 가진 것은 아니고 늘 새벽이면 일찍 일어나 장독대에 정한수를 떠놓고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빌고 계셨다. 아마도 당시에 대부분의 여인들이 그랬듯이 조앙신을 향해 장작개비 같이 마른 두 손바닥을 쇳소리가 나도록 비벼대기도 하시고, 어느 때는 커다란 장독대를 부여안고 흐느껴 우시던 모습도 기억난다. 기도의 내용인 즉은 그저 남편과 자녀들을 잘되게 해달라는 소박한 기도가 아니었을까. 그러다 한이라도 복받치면 장독을 끌어안고 혼자 흐느끼시고 계신 모습을 훔쳐보기도 했다.

학교에서 사제수업을 받느라 어머님을 자주는 못 뵈었지만, 어느날 야간열차로 집에라도 내려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어머니는 기차역 앞의 예배당 마루바닥에 엎드려 새벽기도를 드리고 계신다. 슬그머니 다가가서 쭈그리고 있다가 잠이 든 적이 있는데 본의 아니게 어머니의 기도를 엿듣기도 한다. 예수 믿는 집안으로 시집온 어머니의 몸에 배인 기도생활은 당신의 어머니께서 장독대에서 조앙신께 바치셨던 그 기도의 내용과 크게 다르진 않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도의 대상, 조앙신에서 주님이라 부르는 예수님, 일 뿐 간간이 흘러나오는 '주여~'라는 탄식의 기도까지도 외할머니께서 바치셨던 기도의 깊이와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신다. 어머니의 기도와 나의 의지로 후일에 사제가 되었지만 사제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요사이 기도라도 하려고 머리를 조아리면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께서 빌고 빌어 왔던 그런 기도가 주문처럼 되뇌여 진다.

신에게 바치는 기도에 종교의 우열도 옳고 그름도 없다.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한 철학과 신학에는 어떤 다양성이 있을까. 사실 신학을 공부하기는 비교적 쉽다. 실험도구나 그래프를 그려 설명을 요구하는 검증 가능한 과학이 아니다. 그리고 모범답안이나 있을지 모르나 정답도 없는 형이상학적인 인식의 세계라고 보면 쉽다. 신학을 지망하는 사람의 면면을 살펴보면 머리 좋은 수재, 유복한 부자, 준수한 미남에서, 둔재, 가난한 사람, 심신 허약자까지 뜻을 가지면 누구라도 들어와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신학교다. 그렇다고 이 세계가 만만한 것도 아니다. 분명한 자기의 소명과 확신 결단이 필요한데, 막상 들어가서 보면 이해 할 수 없는 세속의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는 또 다른 정글이기도 하다.

철학 이외에도 종교학으로부터 종교미술, 종교건축, 종교음악, 종교문학, 종교심리학, 종교사회학 등 각종의 인문학적 소재가 다양해서 주제를 가져다 붙이면 신학이여서 접근도 용이하고 폭도 넓다. 성공회 사제라는 직함에 걸맞게 종교미술평론가로 한국미술협회에서 지금껏 미술인으로 활동해온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가끔 벗들과 술을 거나하게 흡입한 날이면 '내가 170여 나라의 공적인 빠텐더로서의 포도주와 안주로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는 유서 깊은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제법 안정적인 직장을 확보했다'는 애교스런 너스레를 떨다가, 하느님의 사제직을 지나치게 폄하했다는 지적을 받아 겸연쩍은 적도 많지만 그만큼 자유로운 성직을 누려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 집안은 3대째 교회를 먹고살았다. 저 못난 교회를 바라보면서 나를 낳아주고 먹이고 입혀서 키워준 어머니라고 여기며 지금도 힘들 때면 기대어 흐느끼기도 한다. 잘났던 못났던, 언청이건 째보건, 절름발이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저 못난 교회가 나에게는 어머니고 하늘이었다. 환갑을 넘어 대가리가 다 커서 알걸 다 알아버리고 분가도 했지만, 여전히 내 어머니란 말이다. 젖통이 다 쪼그라질 때까지 빨아먹던 우리엄마, 나는 내 어머니에게 원망하고 앙탈을 부려도 남이 내 어머니에게 병신이라고 놀리면 참 견디기 힘들다. 그러고 보면 나라는 인간도 참 이기적인 감성의 사람인가보다. 그러다가도 말짱한 정신으로 돌아오면 생각은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기독교, 불교, 유,도교 외에도 외래종교 이전에 섬겨오던 우리 고유의 신교사상이 고문서와 함께 전승되어 왔다. 고례로부터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도 상제께 천제를 드려왔고, 고종황제께서는 원구단을 만들어 황제로서 하늘에 천제를 올리기도 했다. 신교 외에도 대종교, 천도교, 증산계열을 비롯한 동학교 등 주옥같은 민족종교들이 쇠하면서, 민족종교의 상제관이 이 민족의 민족신으로 뒤바뀌는 종교사와 외래종교의 득세에 따른 폐해에 아쉬운 가슴을 어루만진다.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언젠가 들었던 살아생전 김일성 주석의 일화가 생각난다. 조선기독교총연맹의 위원장인 고기준 목사께서 김 주석을 만나러 가시면 고 목사를 덥석 껴안으며 "아 고목사님... 우리가 하느님을 잘 섬겨야지요. 조선의 하느님을 잘 섬겨야 합니다."라며 맞이했다는 일화가 떠오른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문화로서의 종교를 이해하고 있다. 종교라는 것이 빛과 그림자가 있겠지만 기독교와 불교를 비롯한 외래종교에 장악당한 이 땅의 종교시장에서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를 잃어버리게 됐다. 왜곡된 민족의 역사, 문화, 사상과 우리의 정체성을 망가뜨리는 종교의 역기능과 폐해를 지적함이 무리일까. 보수 기독교 세력이 주축인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들이 집필한 한국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고, 그도 모자라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온 나라의 근간을 흔들고 어지럽히고 있음을 볼 때마다, 명치 끝에선 저절로 탄식이 나온다.

이런 일들이 중국의 사대주의 사관과 일제의 식민주의 사관, 미국의 신자유주의 사상에 장악당한 종교시장의 그림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 자기민족의 역사적 뿌리는 외면하고, 진실은 신화화하면서, 이스라엘 민족의 족보는 신앙의 뿌리역사처럼 외우게 되는 것을 보면, 유태민족의 족장사를 종교를 통해 세계화에 성공시킨 유태인들에게 질투가 생긴다.

지금은 1인 1교 1종파시대다. 이 시점에서 차제에 B메이커 종교라는 수난을 감수하고라도 우리의 역사관과 철학 자존감을 드러낸 민족종교가 '까르푸'와 '월마트'를 밀어낸 '이마트'처럼 우리의 종교시장에서 당당히 메이저로 자리매김 되는 황당한 꿈을 꿔본다.

역사를 안 가르치는 일은 자식을 낳아놓고 성을 알려주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처럼 역사를 잘못 가르치는 것은 자기가 낳은 자식에게 이웃집 아저씨의 성을 가르쳐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그냥 안 가르치고 놔뒀으면 '알렉스 헨리'가 쓴 '뿌리'의 '쿤타킨테'처럼 태어나서 자라고 노예로 팔려간 곳인 쥬플레항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아 갈 것이 아닌가.

[이 글은 2016년 봄 '시와문화' 37호에도 함께 게재된 글임을 밝혀둡니다.]

필자 : 이우송(李友松) 1955년 해남 출생. 성공회대 신학전문대학원 졸업. 성공회 사제, 조각가이다. 한국미술협회 학술평론분과회원. 살림문화재단 이사장.

[필자의 다른글보기] http://blog.daum.net/yiwoosong/13483676

한국타임즈 편집국 hktime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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