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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7)

'마리 앙투아네트(2006년 소피아 코플라 감독)' 다시 핀 베르사이유의 꽃
2019. 03.12(화) 13:07확대축소
[허새롬 영화평론가]
[영화 읽어주는 사람=허새롬 평론가] 마리 앙투아네트는 '죽음으로서 프랑스 국민의 분노를 잠재운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이다.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배고픔과 억압에 분연히 일어선 프랑스 국민들의 '빵을 달라'는 외침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죽음 이후에도 역사에서 가장 어리석은 여자로 기억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인생을 다룬 영화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날임을 알리듯 화려하고 기품 있는 행렬이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에 당도하고 세상의 아무 근심도 모르는 양, 14세 소녀가 이윽고 마차에서 내리는데 그 소녀가 바로 오스트리아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커스틴 던스트)다.

스카이블루색의 드레스를 입고 품에 강아지를 안은 마리(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녀를 마중 나온 오귀스트(루이16세. 제이슨 슈왈츠만)와 백작부인들 앞에 작은 미소로 인사를 보내는데 단두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마리~의 결말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그 장면은 참으로 잔인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비록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두 나라의 정략결혼으로 베르사이유에 온 마리 이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오귀스트의 무뚝뚝한 표정은 그녀를 당황스럽게 하는데 다른 왕실에서 입은 옷은 절대 입을 수 없다며 베르사이유 식으로 옷을 갈아입히는 샤르트르공작 부인의 모습 또한 어린 소녀에게는 당혹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샤르트르공작 부인이 많은 왕실 백작부인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마리의 옷을 한 겹씩 벗겨내는 장면은 마리가 베르사이유궁에서 앞으로 겪게 될 운명을 예감하게 하는데 정략결혼의 대상인 오귀스트 역시 그녀의 편에 서지 않는다.

늘 홀로라는 생각에 오귀스트에 의존 하고픈 마리는 매일매일 잠자리에 신경을 쓰고 그와의 사이에 황손을 얻고자 하지만 도통 여자에는 관심도 없는 오귀스트는 사냥이나 자물쇠를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게 되고 낯선 환경에 시집 온 마리는 외롭고 우울한 시간을 무료하게 보낼 뿐이다.

때로 백작부인들로부터 촌뜨기라 불리기도 하고 루이15세 정부(뒤바르)의 불쾌한 시선을 받으며 마리의 정붙일 곳 없는 파리에서의 시간이 지나가는데 그런 마리에게 루이15세의 애정행각이 자신의 처지에 투영되어 감정마저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는 마음에 드는 백작부인과 무도회에도 참석하고 밤의 시간들을 익숙하게 즐기기 시작 한다.

그럴 즈음 루이15세의 서거와 함께 오귀스트가 루이16세로 왕위에 즉위하고 한 낮 촌뜨기로 취급되었던 마리는 왕비로서 백작부인들로부터 환대를 받으며 다시 명랑함을 찾은 듯 보인다.

왕비가 된 마리는 그동안 억눌려온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게 되는데 게임과 도박, 술을 즐기며 마치 지난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듯 위태로운 시간을 향유한다.

루이16세의 무심함과 외로움으로 보낸 지난 시간을 위로받기 위해 마리는 왕비로서의 권위와 한껏 들뜬 감정으로 백작부인과 거침없이 무도회장을 찾게 되는데 보석과 신발들로 그녀의 비어버린 마음에 위안을 채우고 있을 무렵 첫 딸 마리 테레즈가 탄생한다.

루이16세와 결혼 7년 만에 모두가 고대하던 아들이 아닌 딸로 태어난 마리테레즈를 바라보며 마리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이렇게 말한다. "아들은 프랑스의 것이겠지만 딸로 태어난 너는 나만의 딸이다. 그러니 너는 나의 것이고 너와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할 거야."

마리는 베르사이유 궁전 별궁에서 딸을 양육하게 되는데 여자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행복한 짧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이와 함께 구불구불 오솔길 사이사이에 시선을 사로잡는 수선화의 매력에 감탄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흐드러지게 핀 데이지 꽃들에 이끌려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녀를 가장 아름답고 빛나게 한다.

베르사이유 정원의 아름다운 꽃과 정경이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듯이 정원에 지친 몸을 뉘이고 따사로운 햇빛과 교감하는 그녀의 행복한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프랑스 국모로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 해낼 만큼의 영리함도, 리더십도 가지지 못했고 그렇다고 오스트리아를 위한 스파이 역할도 해내지 못하는 그런 성품을 지닌 마리는 그저 사심없이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달콤하고도 감미로움을 주는 초코렛과 케잌을 곁에 두고 한껏 멋을 부린 의상으로 가끔씩 루이16세의 그윽한 시선을 끄는데 성공하기도 하지만 베르사이유의 마리는 여전히 미숙하고 허전한 여인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어린 시절 궁에 들어온 그녀의 운명은 평범한 소녀들이 꿈꾸는 로맨틱한 사랑을 앗아갔고 결국 사랑의 결핍은 그녀에게 일탈이 주는 유희의 시간으로 대체 되는데 아름다운 로코코 의상으로 치장한 그녀가 가장무도회를 찾았을 때 바람둥이로 소문난 스페인 페르젠 백작의 뜨거운 시선을 받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 누리는 따뜻하고 평범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던 그녀는 누구인가의 자신에 대한 관심이 부정한 여인의 굴레가 되고 결국 사치와 향락의 세계로 향함으로서 프랑스 국모의 권위와 백성의 신뢰를 점차 잃어가게 된다.

한 여인으로서의 사랑 받음과 국모로서의 권위를 모두 잃어가게 된 마리는 베르사이유 별궁인 프티 트리아농을 호화롭게 꾸미며 국비를 탕진하는 것은 물론 페르젠 백작과 혼외정사를 즐기기까지 한다.

루이16세 또한 미국독립혁명 지원을 위한 군사비 지출로 재정궁핍에 빠지게 하는데 이 모든 상황이 프랑스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기폭제가 되었고 결국 굶주린 백성들은 무능하고 퇴패한 왕실에 분노해 바스티유 감옥을 공격하고 프랑스대혁명을 일으킨다.

궁은 불태워지고 분노한 백성들의 손에 운명이 맡겨진 마리에게도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는데 단두대의 죽음을 담대하게 기다리는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죽음으로 이끈 루이16세 곁을 지키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품위있는 죽음마저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게 된다.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감독한 여성감독 소피아 코플라가 그린 마리 앙투아네트는 매우 평범한 18세기 오스트리아 왕실의 한 소녀가 동맹관계로 맺어진 프랑스에 국모로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운명의 변화와 몰락을 역사의 시각이 아닌 한 여자의 시선으로 차분하게 바라보게 한다.

한 나라의 국모로서 져야하는 무거운 책임과 국왕이 아닌 한 남자로부터 평범한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여자로서의 마리의 욕망, 그것이 실현되지 않음으로서 그녀가 느끼는 상실감이 일탈로 변해가는 과정을 감독은 최대한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프랑스의 국모가 자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후세의 사람들에게 항변하기 위한 '최후변론'이 아닐까 싶다.
[영화 마리앙투와네트 포스터]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chadol999@hanmail.net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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