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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10)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갈망과 회한'
2019. 03.28(목) 15:35확대축소
[허새롬 영화평론가]
[영화 읽어주는 사람=허새롬 평론가] 못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과 우연히 찾아온 가슴시린 사랑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화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이다.

메디슨카운티에 사는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는 다른 주에서 개최되는 박람회 행사장을 찾아 집을 떠난 가족과 떨어져 집에 혼자 남아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 그네에 몸을 실어 보기도 하고 다소 들뜬 마음으로 한가로움을 즐길 때 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인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찾아와 길을 묻는다.

누군가와 차 한 잔 마셔도 좋을 듯싶은 그 시간에 갑자기 그녀를 찾아온 사람, 그에게 마을에 소재한 뚜껑이 있는 로즈먼다리를 안내하기 위해 그녀는 차에 오르고 친절한 프란체스카와 낯선 로버트와의 운명적인 사흘 동안의 만남이 그렇게 시작된다.

이제 그녀에게 로즈먼 다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잠시 얻게 된 혼자만의 시간의 틈으로 찾아온 로버트와의 비밀의 장소가 되는데 그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즈먼 다리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마치 꽃과 꿀벌이 잔치 날을 맞은 듯 춤을 추듯 사뿐사뿐하다.

연신 땀을 흘리며 로즈먼 다리를 앵글에 담는 로버트를 정면으로 바리보지 못하고 몰래 훔쳐보는 프란체스카의 모습은 흡사 14살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보이고, 그녀는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처럼 로버트에게 마음을 조금씩 기대어 간다.

시골풍경을 마음에 담고 진한 여운을 주체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저녁과 함께 긴 밤의 시간을 산책하며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렇게 아름다운 밤은 내일을 위한 약속으로 이어진다.

뜨거운 열정이 아닌 뭉근한 사랑, 로즈먼 다리를 지나는 여울물처럼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이어지고 두 사람에게 사흘의 시간은 숨 가쁘게 흘러가는데 둘은 소문들로 꽉 찬 동네를 피해 그들만의 시간을 이어간다.

프란체스카는 오직 자신을 위해, 아니 그 사람을 위해, 가슴을 드러낸 깊게 파인 원피스를 입어보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여인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데 질끈 묶은 머리로 거울도 보지 않고 의미 없이 살아온 그녀에게 사랑은 마치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로버트를 만나기 위한 그녀의 발걸음은 꽃길을 걷듯 가볍고 두 사람은 마치 숙명처럼 그렇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데 그 사랑은 세상의 규범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도 규범과 도덕의 기준으로 보면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사랑이니 그들의 사랑은 태생부터 안타까운 사랑이며 미리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슬픈 사랑이 분명하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아프리카, 최소한의 도덕도 필요하지 않은~, 동물과 동물의 공생관계가 있는 흙에 향기가 있는 곳을 동경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친구가 되는, 혼자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로버트는 "집안일 외에는 잘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는 프란체스카에게 그런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지를 표정으로 답한다.

반복되는 단순한 시골의 일상을 살아온 프란~을 로버트는 사랑이 담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에게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일생에서 단 한번 밖에 느낄 수 없는 그런 사랑의 감정을 선사하게 된다.

너무나 행복하지만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없는 그런 사랑 앞에서 프란체스카는 그저 초라한 자신을 느끼게 되는데 이별을 앞둔 그녀의 눈물은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이 너무도 간절하게 느껴진다.

짧은 사랑의 시간이었지만 프란체스카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자신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고 하나만 갖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로버트라는 걸 느끼게 되고 그의 사랑을 의심하며 잠시의 사랑에 대한 후회와 원망들로 마음의 혼란을 느낀다.

더 많이 사랑해 버린 프란체스카는 여유롭고 태연한 로버트가 쉬운 사랑을 하고 한곳에 사랑의 터를 잡지 못한 한낮 바람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가 떠나버릴 빈자리를 상상하며 살아갈 용기를 잃은 듯 슬픔이 깊어진다.

로버트를 따라 자유를 상실한 마을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차마 따라 나설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인정한 프란체스카는 상처 입은 사랑만을 마음에 품은 채 말없는 눈물로 로버트를 떠나보내게 된다.

쏟아지는 비와 함께 로버트는 길을 떠나고 홀로 남은 프란체스카는 아버지가 살아계신 동안 다른 사랑을 키웠던 엄마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때서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봄의 꽃, 여름의 바다, 무르익은 단풍잎, 스치는 겨울의 차가운 바람에게 일생에 한번만이라도 완전한 사랑의 순간을 소망했던 프란체스카는 이제는 그녀에게서 떠나버린 그 찬란했던 사흘간의 사랑을 추억하며 남편과 아이들의 곁에서 최선을 다해 남은 생을 살아간다.

인생의 전부를 가족들에게 주었으니 죽음 후 남은 유골은 로버트와 추억이 담겨있는 로즈먼 다리에 뿌려주기를 원했던 그녀는 남편이 죽은 후 비로소 로버트를 찾게 된다.

하지만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로버트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의 유골은 그녀가 그와의 추억이 남아있는 로즈먼 다리에 뿌려졌음을 알게 되고 로버트가 그녀에게 남긴 사진과 편지한통을 유품으로 받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뒤늦게 로버트의 진심을 알게 되는데 바람처럼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던 로버트 역시 그녀의 곁으로 오고 싶어 했고 그렇게 둘은 하나가 되어 흐르는 강물에 유유히 흘러 만나고자 했던 것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은 여러 가지 생각들로 혼란스럽고,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은 바람처럼 잠시 머물렀지만 이들의 사랑은 결국 죽음이후 로즈먼 다리에서 다시 재회하는 것으로 그들의 위태로웠던 사랑은 그렇게 갈무리된다.

많은 시간들을 품은 진실한 사랑이 주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오고 영화는 우리에게 "과연 아름다운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화 포스터]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chadol999@hanmail.net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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