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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손석희 - 노회찬, 그리고 부끄러움과 정치인
2019. 04.05(금) 10:05확대축소
[한국타임즈 김호성 발행인]
[한국타임즈 김호성 기자] JTBC 손석희 앵커가 4일 밤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25초가량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며 머뭇거렸다. 하지만, 끝내 '저의 동갑내기 노회찬에게 이제야 비로소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라며 故 노 의원을 보낸다는 뜻을 전했다.

손석희, 그는 마지막 문장을 두고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몇 번이나 입술을 떼었다 말았다 하며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그가 평소 존중했던 친구이자 정치인이며, 노동운동가였던 故 노회찬 의원을 마지막으로 거론한다는 것에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한다는 것은 많이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장면을 지켜 본 기자를 포함해, 많은 시청자들도 함께 터져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으리라 생각한다.

노회찬은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돈 받은 사실이 끝내 부끄러워 목숨마저 버린 사람'이라는 것. 그가 그런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다운 따뜻한 인정이 있던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큰 부정을 저지르고, 비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 사회에는 너무나도 많이 존재하고,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잘 알고 있으므로...

손석희 앵커의 브리핑을 가슴에 담은 기자는 언론인으로서의 가치관, 신념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다잡으며, 아래에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전문]을 게재한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화면 캡쳐]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노회찬.

한 사람에 대해, 그것도 그의 사후에...

세 번의 앵커브리핑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은 이보다 며칠 전에 그의 죽음에 대한 누군가의 발언이 논란이 되었을 때 했어야 했으나 당시는 선거전이 한창이었고, 저의 앵커브리핑이 선거전에 연루되는 것을 피해야 했으므로 선거가 끝난 오늘에야 내놓게 되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제가 학교에서 몇 푼 거리 안 되는 지식을 팔고 있던 시절에 저는 그를 두 어 번 저의 수업 시간에 초대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는 저도 요령을 부리느라 그를 불러 저의 하루 치 수업 준비에 들어가는 노동을 줄여보겠다는 심산도 없지 않았지요.

저의 얕은 생각을 몰랐을 리 없었겠지만, 그는 그 바쁜 와중에도 아주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다음 해, 또 그다음 해까지 그는 저의 강의실을 찾아주었지요.

그때마다 제가 그를 학생들에게 소개할 때 했던 말이 있습니다.

노 의원은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이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다...

그것은 진심이었습니다.

제가 그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정치인 노회찬은 노동운동가 노회찬과 같은 사람이었고, 또한 정치인 노회찬은 휴머니스트로서의, 자연인 노회찬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등진 직후에 전해드렸던 앵커브리핑에서 저는 그와의 몇 가지 인연을 말씀드렸습니다.

가령 그의 첫 텔레비전 토론과 마지막 인터뷰의 진행자가 저였다는 것 등등...

그러나 그것은 어찌 보면 인연이라기보다는 그저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을 터이고...

그런 몇 가지의 일화들을 엮어내는 것만으로 그가 가졌던 현실정치의 고민마저 다 알아채고 있었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놀라운 죽음 직후에 제가 알고 있던 노회찬이란 사람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를 한동안 고심했고, 그 답을 희미하게 찾아내 가다가...

결국은 또 다른 세파에 떠밀려 그만 잊어버리고 있던 차에...

논란이 된 그 발언은 나왔습니다.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의 정신을 이어받아서야…"

거리낌없이 던져놓은 그 말은 파문에 파문을 낳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순간에 그 덕분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노회찬에 대한 규정, 혹은 재인식을 생각해냈던 것입니다.

즉, 노회찬은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돈 받은 사실이 끝내 부끄러워 목숨마저 버린 사람'이라는 것...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큰 비리를 지닌 사람들의 행태를 떠올린다면...

우리는 세상을 등진 그의 행위를 미화할 수는 없지만...

그가 가졌던 부끄러움은 존중해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그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빼버린 그 차디찬 일갈을 듣고 난 뒤 마침내 도달하게 된 저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의 동갑내기 노회찬에게 이제야 비로소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한국타임즈 김호성 기자 hktimes@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호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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