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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12)

가버나움(2018년 나딘 라바키 감독) 자신을 낳아준 죄목으로 부모를 고소하는 소년의 이야기
2019. 06.16(일) 23:15확대축소
[허새롬 영화평론가]
[영화 읽어주는 사람=허새롬 평론가] 어른들의 모습에서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배워나가는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의 삶이 애잔하다 못해 같은 사회의 구성원인 어른으로서 죄책감을 갖게 하는 영화가 '가버나움'이다.

칼로 사람을 찌르고 감옥에 수감된 12살 소년 자인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감옥 안에서 고소하는데 영화에서 보여주는 소년의 삶은 그냥 허구의 영화 속 한 장면이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지극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무대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전쟁의 공포와 혼란스런 시대를 살아가는 소년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소년 자인 역시 제작진이 길거리에서 배달을 하며 살아가는 10살 소년을 캐스팅해 더욱 화제가 된 영화이다.

'재수 없다.'를 입에 달고 사는 자인의 하루는 매일이 버겁기만 한데 잔인한 어른들의 흉내를 내며 무심한 듯 거리에 침을 뱉고 씻지 않은 차림새로 주정뱅이 같은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소년을 지켜보는 것이 비록 영화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자인의 그런 행동이 선천적인 성향이 아니라 소년이 속한 환경이 만들어낸 후천적인 행동성향이라는 사실을 발견해 낼 즈음이면 소년이 속한 환경이 아닌 일상의 환경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관객으로서는 비겁하게도 일말의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탄생이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부모를 고소할 만큼 불행한 한 가족의 생활환경을 바라보는 불편한 현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은데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한 곳이 잠자리가 되고 먹는 곳이 식탁이 되는 그런 환경을 제공한 어른들의 책임이 무겁게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태어나 출생신고도 안 된 상태로 성장하고 있는 소년 자인은 이름만 온전히 자신의 것일 뿐 언제든 마치 노예처럼 팔려나가도 저항할 수 없는 여동생을 끔찍하게도 아끼고 보호하는데 먹을 것만 챙겨주는 곳이 있으면 팔려갈 수도 있는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어쩔 수 없이 무능할 수밖에 없는 부모를 대신해 동생을 살피는 자인은 동네 어른의 손에 이끌려 팔려가는 여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결국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불행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마치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처럼 동생을 그렇게 떠나보낸 자인은 여동생을 그리워하다 자포자기 상태로 넋을 잃고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데 누구에게서도 보호받을 수 없는 가족의 공간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분노의 시간을 보낸다.

영화는 집을 떠난 자인의 고단하고 비참하기까지 한 삶을 거칠게 보여주는데 신이 던진 동전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로 다른 환경에 직면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단지 동전의 뒷면에 선택됨으로서 평안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갖게 한다.

지구라는 혹성에서 살아가는 사람 중에도 전쟁과 기아,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아직도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들을 비극으로부터 구제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인류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영화가 바로 가버나움이다.

영화는 두 눈에 고인 자인의 간절한 눈빛과 꽉 쥔 작은 손을 보여주면서 스크린 밖의 관객에게 인류의 평화를 위해 지금 당장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데 관객은 그저 우선은 가슴이 먹먹하기만 할 따름이다.

비겁한 방관자로서 자인에게는 잔인한 주문일지 모르겠지만 비록 그가 처한 극한 상황이 가난한 가정에서 싹튼 결과물이겠지만 그럼에도 관객은 그가 현재의 극한 상황을 극복하고 성공한 삶을 살아내기를 응원해 본다.

행복을 손에 쥐고서도 더한 욕망을 쫓는 우리들에게 영화 가버나움은 잠시의 묵언을 강요하며 새로운 행복의 기준을 찾아보라는 질문을 던지고 일상에서 접하는 가족 간의 사랑도 찬찬히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주문한다.

흔히 가버나움은 예수님의 집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예수가 수많은 기적을 행했던 가버나움은 영화에서 인간 스스로의 각성으로 기적을 만들어야 할 장소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 가버나움은 2018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후보였으며, 해당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바 있다.
[가버나움(2018년 나딘 라바키 감독) 포스터]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chadol999@hanmail.net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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