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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13)

비긴 어게인(2013년 존 카니 감독) 예술, 열정, 사랑을 담은 '영상 컬렉션'
2019. 07.22(월) 07:45확대축소
[허새롬 영화평론가]
[영화 읽어주는 사람=허새롬] 헤어진 연인들에게서 더 많이 상대를 사랑한 사람과 조금 덜 사랑한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은 이외로 간단하다.

두 사람에게 남겨진 빈자리의 공간이 각자 어느 만큼인지를 눈여겨보면, 두 사람이 상대에게 보낸 사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싱어송 라이터로 매력적인 여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에덤 리바인)와 함께 성공을 꿈꾸며 뉴욕을 찾지만, 만만하지 않은 도시 뉴욕은 성공이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남자친구 데이브를 그녀 곁에서 살포시 데려가 버린다.

이별의 상처를 안은 그레타는 상심 속에서도 노래를 계속하게 되는데, 우연한 기회를 통해 과거 유명한 프로듀서였던 댄(마크 러팔로)의 눈에 띠면서 그녀는 음악에 대한 꿈을 다시 펼치게 된다.

다시 시작하는 노래, 다시 시작하는 사랑!

관객은 '그레타'와 '댄' 두 사람이 사랑과 성공에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상실한 그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그들의 여정에 집중하게 되는데, 키이라 나이틀리가 부르는 노래는 영화에서 덤으로 주는 팝콘처럼 귀를 즐겁게 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배신감도 컸고, 지킬 수 없었던 사랑 때문에 자책에 빠진 그레타가 조심스럽게 미뤄둔 음악에 대한 꿈을 찾아 질주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현실에 가까이 존재하는 좌절이라는 불청객마저도 다소 여유를 갖고 대면할 수 있게 더불어 용기를 주는듯하다.

사랑의 상실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악에 대한 용기와 영감을 얻은 그레타는 댄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빌딩 옥상에서 그들만의 음악을 만들어 가는데, 빗소리, 바람소리, 자연이 들려주는 다양한 소리들은 악기로 변신하고 새로운 즉흥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마치 어릴 적 소꿉놀이처럼이나 즐거워 보인다.

생각의 전환, 역행, 수평적 사고로 새로운 음악에 도전해 나가는 둘의 음악을 향한 열정이 마치 미지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 마음을 설레게 하고 상상 속으로 빠지게 하는데, 마치 운명처럼 서로를 만나고 서로 어울릴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세상의 여러 불협화음들을 하나로 모아 음악을 만들어 내는 둘의 노력이 사랑의 성취로 이어져가는 모습으로 오롯이 전달된다.
[영화 비긴 어게인(2013년 존 카니 감독) 포스터]

누구에게나 삶의 굴곡은 있고 소소한 아픔이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도무지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울 때 필자는 '비긴어게인'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적어도 '비긴어게인'은 나에게 또 다른 출구를 보여준 영화로 기억된다.

더 이상 앞으로 발을 내 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 다시 한 발을 떼게 만드는 영화, 설사 그 대상이 음악이 아니라도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하는데, 관객을 응원하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영화가 바로 '비긴어게인'이다.

이 세상에 노래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랑의 기쁨과 헤어짐의 아픔들이 무엇으로 표현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데, 영화는 시간의 흐름 속에 녹아드는 음악으로 사랑의 달콤함과 이별의 아픔을 덜어내며 격려와 포옹을 함께 전한다.

결혼과 동시에 바람이 나버린 부인과 헤어진 후, 싸구려 방을 전전긍긍하며 재능있는 가수를 찾아다니는 떠돌이 프로듀서 댄과 배신의 실연에 빠져 분노로 일그러진 그레타에게 영화는 운명이라는 마법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

그저 실패한 낙오자로서의 혼자가 아니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제곱이 되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데, 둘이 만드는 음악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결과물로 나타나고 두 사람 또한 음악, 또는 인생에 대한 자신감을 선물로 받는다.

자신에게 부과된 고통을 견고하게 홀로 겪어내야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듯이, 그들의 아픔은 감미로운 음악이 되고 모두를 춤추게 하는데, 때로는 구구절절한 대사보다 한 곡의 음악이 등장인물의 감정을 더 디테일하게 드러나게 한다.

영원한 사랑은 없고 끝까지 함께 하는 사랑은 그저 도달 할 수 없는 이상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두 사람이 영화 속에서 만들어낸 음악은 사랑보다는 더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어본다.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chadol999@hanmail.net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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