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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16)

북클럽(2018년 빌 홀더맨 감독), 황혼의 여인들이 보여주는 유쾌한 '뷰티풀 라이프'
2019. 10.10(목) 15:55확대축소
[허새롬 영화평론가]
[영화 읽어주는 사람=허새롬 평론가] 봄꽃이 아닌 마른 꽃에게도 나비가 날아와 앉을까?

고만고만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를 조금은 다르게 해석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경고를 던지는 영화 북클럽이 이번에 내가 만난 영화다.

소녀보다 더 아찔한 사랑을 꿈꾸며 성공과 사랑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살아온 할머니 4인방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 인생의 과반 이상을 넘어선 사람들에게 과거의 기억들이 꿈틀꿈틀 살아나게 하는 영화가 빌 홀더먼 감독의 '북클럽'이다.

사랑하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무식한 연인에게 쿨 하게 이별을 선언하고 새로운 사랑을 갈망하는 섹시한 호텔 CEO 비비안(제인 폰다), 비판하듯 툭툭 던지는 말투를 구사하며 재미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여인으로 반려묘와 단둘이 살고 있는 허당기 보이는 연방판사 새론(캔디스 버겐), 일부러 기억하지 않아도 거칠지만 마치 자전거를 타듯 사랑은 할 수 있다는 캐롤(메리 스틴버겐), 엄마를 보살피려는 두 딸의 극진한 사랑이 오히려 부담스럽지만 회계사였던 남편이 물려준 돈으로 가족을 화목으로 이끌어가는 다이앤(다이엔 키든)은 40여 년 동안 '책 스터디'를 이어온 4인방 친구들이다.

40년의 젊은 시절을 일과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이들 네 명의 여성들은 서로의 삶을 마치 거울을 바라보듯이 책 스터디를 통해 교류해 왔는데 수다로 시작되는 이들의 만남은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사사로운 관심사를 이야기로 물들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가치 있고 품격 있는 삶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 온 인생의 동반자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늘 고상한 책만을 선정했던 그들의 북 스터디 모임에 갑자기 비비안이 70대 할머니들에게 부담스러운(?) 선정적인 책을 들고 나서면서 40여년 북스터디 모임에 작은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비비안이 선정한 책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슴 두근거림으로 또는 당혹감으로 접했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그들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호들갑스럽게 과한감정을 드러내기도 하고 고고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책을 읽어가지만 온몸의 세포가 놀라고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어제와 다른 또 다른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화두가 던져진 셈인데 이들은 색다른 책을 접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게 되고 남은 제2의 인생을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지극히 지루하기만 한 일상의 하루를 매일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극적이고 특별한 그 무엇과의 조우가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즐거운 날과 무기력한 날들이 교차하는 반복된 일상의 나날들 속에서 나에게 이번 영화, 북 클럽은 지나간 시간의 야속함보다는 인생에 남은 시간을 바라보고 작은 기대를 품게 만드는 영화로 기억될 듯 하고 스크린의 찬란한 스타였던 과거 은막의 여우들을 여전히 매력 있는 우상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네 명의 친구들은 비록 책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이지만 놀랍고 신비스럽고 거침없는 표현을 접하며 때로 소녀처럼 부끄러워하고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귀한 보석을 발견한 듯 기뻐하는데 그들의 모습은 마치 몸에 조금씩 날개돋이를 위한 기지개를 펴는 듯 보이기도 한다.

나이와 주름이 찾아온 쭈글쭈글해진 그녀들의 몸에 사랑의 옷이 새로 입혀지고 마냥 소녀처럼 수줍어하는 그들의 모습은 사랑이 젊은이들의 전유물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하고 자신이 아닌 타인의 성숙한 사랑을 영화로 지켜보는 것도 백조들의 깃털처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사람들은 애증의 사랑, 무조건 적인 사랑 등, 나름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하지만 비록 청춘의 사랑은 아니지만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순수했던 사랑들을 꺼내어 지금의 내 사랑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오랜 시간동안 서로를 지켜온 친구들 간의 끈끈한 우정도 많은 시간을 들여 이룬 사랑처럼 가치 있는 것이고 서로 부대끼며 우려낸 우정의 감정 또한 아름다운 성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정 안에서 개인 전화를 5분이나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판사 새론이 자신의 억압된 감정을 풀어내기 위해 새로운 친구를 찾아 나서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한발 벗어나 운명적인 사랑을 찾아 나선 다이앤을 보며 누구나 마음 깊숙하게 간직 해온 내면의 카타리시스를 스크린 앞에서나마 슬며시 꺼내어 놓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산한 가을이 주는 오묘한 감정들이 함께 했는데 내게 부여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네 사람의 주인공이 갖고 있는 각각의 생각과 서로 다른 상황 속에서 때로 하나로 겹쳐지고 공감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잘 묘사된 영화의 스토리가 마치 물이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데 캐릭터를 연기한 연기자들의 내공과 연륜이 스크린에 그대로 드러난다.

인생을 갈무리 하는 나이에 접어든 이들에게는 그녀들이 나누는 격의 없는 수다가 허물없이 미쁘고 자신의 삶을 그들의 모습에 투영해 비춰보게 되는데 인생은 누가 더 아름다웠던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누가 자신의 삶에 충실했는가를 성찰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 다투지 않고 질투하지도 경쟁하지 않으며 어느 누구든 행복해진다면 기꺼이 서로를 축복해 주는 그녀들이 나누는 황혼의 우정이 마치 별사탕처럼 달콤하고 영화가 끝이 나면 누구에게인가 전화를 걸어 그 여운을 나누고 싶어진다.
[북클럽 (2018년 빌 홀더맨 감독) 포스터]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chadol999@hanmail.net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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