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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19)

룸 Room(2015 레니 애브라함슨 감독)
바깥 세상으로의 조심스러운 소풍이 시작되다
2019. 12.02(월) 17:03확대축소
[허새롬 영화평론가]
[영화 읽어주는 사람=허새롬 평론가] 영화 'Room'은 지난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벌어진 요제프 프리젤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Room'을 동명으로 제작한 영화이다.

세상을 모르는 착한 딸로만 살기를 원하는 엄마의 순종적인 딸 조이(브리 라슨)는 아픈 개를 보여 주겠다는 낯선 아저씨 닉(숀 브리져스)을 따라나서게 되는데 그로 인해 열일곱의 아름다운 숙녀는 희망의 빛이라고 전혀 없는 세상과 단절된 창고 안에 감금된다.

창고에 감금된 소녀 조이는 닉의 강간으로 한아이의 엄마가 될 때까지 고립된 삶의 굴레 속에서 뒤틀리고 어긋난 삶을 강요받게 되는데 작은 침대와 TV 등 최소한의 공간에서 닉의 아내로서의 역할을 강요받으며 생존하는 처참한 조이의 모습을 영화는 담아내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프라이팬에 달걀이 익어가고 물소리에 잠을 깬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소리로 시작되는 어느 평범한 가정의 아침풍경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은 몹시 불편하기만 한데 그럼에도 조이의 삶을 향한 슬픈 여정은 계속된다.

자신을 감금한 증오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을 최악의 제한된 공간에서 양육해야 하는 운명에 직면한 조이는 자신의 곁에 생명이 꿈틀거리는 작은 아기 새처럼 종일 재잘대는 잭을 위해 엄마의 본능을 발휘해가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시간이 흘러 조이를 감금한 닉은 일자리가 없어 조이가 원하는 작은 것도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하는데 자신의 욕망 이외에는 아무런 책임감과 의무감마저 상실한 닉의 외면 속에서 잭을 키워야 하는 조이의 운명은 더욱 가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날로 성장하는 잭에게 엄마의 본능적인 보살핌 말고는 바깥세상을 보여줄 수도, 아무것도 해줄 수없는 엄마 조이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점차 절망에 빠져간다.

바깥 생활과 단절된 감금 상황에서 조이와 잭에게 외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는 오직 TV 하나뿐인데 조이는 문득 책에서 읽은 몬테크리스토 백작 에드몽이 섬을 탈출한 내용을 기억해 내고 탈출이라는 작은 희망을 찾아내 다섯 살이 된 잭에게 그녀의 탈출계획을 알린다.

조이는 잭에게 자신이 닉의 거짓말에 속아 납치되어 창고 안에 갇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함께 창고를 탈출하자고 말하지만 잭은 그저 익숙한 공간에서 밖으로 나가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그런 잭을 바라보는 조이의 마음이 애잔하다.

늘 익숙한 공간에 인위적으로 안주하게 길들여진 어린 아들 잭에게는 엄마와 함께 감금된 창고가 비록 죽은 나무이지만 나무가 있는 식물원이고 빵 한 조각을 함께 나누는 생쥐가 있는 동물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잭은 음식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있는 동물원을 벗어나기 두려워하는데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보다는 한 번도 벗어나 본적이 없는 바깥세상이 오히려 무섭고 두려움의 대상인 잭에게는 천장에 난 작은 창으로 보이는 별과 구름, 눈과 비, 변해가는 사계절이 세상의 전부이다.

바깥세상을 경험한 조이에게는 마음속에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이 남아있지만 잭에게는 TV속에 존재하는 세상이 온 우주이고 세상의 전부인데 그런 잭에게 조이는 세상으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되고자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빛을 이용해 그림자놀이를 하고 달걀껍질로 뱀을 만들어 잭에게 바깥세상을 동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이는 잭의 다섯 번째의 생일을 맞아 탈출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데 조이는 아들 잭이 심한 감기로 죽은 것으로 위장해 탈출하려는 계획을 드디어 실천에 옮기게 된다.

잭의 아버지이자 조이의 남편으로서 역할을 감금이라는 행위로 강제한 닉은 결국 조이와 잭의 인생을 망가뜨린 셈인데 두 사람을 사육하는 주인처럼 그들에게 먹을거리를 던져주고 할일을 다한 듯 거친 목소리로 둘을 대하는 잭은 관객에게 내내 소름 돋는 공포를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가장 불행하게 세상에 던져진 잭을 탈출시킨 엄마 조이에게 탈출의 기쁨은 잠시이고 두 사람에게 또 다른 세상 속의 감금상황이 시작된다.

탈출의 기쁨도 잠시 머무는 바람처럼 스치듯 지나가고 그들에겐 또 다른 세상과의 단절이 시작되는데 넓은 마당에 해먹이 있는 평화로운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이지만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진 것 같은 조이와 잭의 운명을 세상은 화제 거리의 대상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잃어버린 시간만큼 극적인 탈출과 충격적인 납치가 세상 사람들에게는 흥미 거리의 대상이 되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잭에게 또 다른 낯선 환경으로 작용하는데 결국 잭은 조이에게 예전의 작은방의 침실로 다시 돌아가자고 칭얼댄다.

감금된 상태에서는 그저 그곳에서 탈출하는 것만으로 세상의 모든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던 조이의 생각은 아버지의 냉대와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이 가져온 관심이 스스로 견디어내기 힘든 상황을 만들고 결국 조이는 감금상황이 아닌 자유로운 상황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조이의 돌발적인 선택이지만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는 자신도 같은 상황이라면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꽁꽁 싸매어 죽음이라는 구덩이에 삶을 던져버리려 한 조이의 선택을 비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결국 그들은 넓은 세상으로 탈출해 나왔지만 세상의 또 다른 벽속에 갇히게 되는데 비극적인 상황에서 엄마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목격한 잭은 마치 어른처럼 성숙해 버린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병원에 입원한 조이에게 아들 잭은 평소 엄마가 힘의 원천이라고 일러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엄마에게 보내는데 세상을 비관하는 엄마에게 힘을 주기 위해 잭은 할머니에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결국 가장 최악의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비극적으로 태어난 아들 잭이 엄마 조이를 죽음의 절망으로부터 구해낸 셈인데 결국 우리 모두는 세상이든 마음이든 각자의 'Room'이 있고 때로는 그 룸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려움에 맞서 세상과 직면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영화 Room(2015 레니 애브라함슨 감독) 포스터]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chadol999@hanmail.net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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