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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21)

인턴(2015 낸시 마이어스 감독)
젊은 열정과 노령의 경험이 만들어낸 우정의 하모니
2020. 01.06(월) 10:18확대축소
[허새롬 영화평론가]
[영화 읽어주는 사람=허새롬 평론가] 손수건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필요할 때 선뜻 내어주기 위해 필요한 소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현역에서 은퇴한 70대 노령의 신사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와 30세 여성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이 만들어가는 유쾌하고 아름다운 우정을 담은 영화가 '인턴'이다.

수 십 년의 직장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벤은 은퇴 후 자신의 경험을 사회에서 다시 펼칠 곳을 찾게 되는데 마침 노령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줄스가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 회사인 TPO에 입사하게 된다.

장소와 상황에 맞는 룩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회사 TPO는 패션에 대한 남다른 감성을 가진 줄스의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 1년 반 만에 22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성공한 기업인데 노령의 인턴인 벤에게는 마치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한 곳이다.

벤을 인턴으로 채용한 줄스는 그를 채용한 사실마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그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데면데면 하게 대한다.

한 아이를 둔 엄마로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역동적인 회사를 이끌어 가는 CEO 줄스는 고군분투의 시간을 보내는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원들을 리드하며 솔선수범의 자세로 회사 내의 여러 자잘한 일까지 손수 챙겨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줄스는 사무실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업무를 파악하는 엉뚱발랄 유쾌한 벤처기업 대표이지만 집에 남아 전업주부 역할을 수행하는 남편 매트(앤더슨 홀름)와 엄마의 사랑의 손길에서 벗어나 있는 딸을 생각하면 늘 안쓰러운 마음뿐이다.

1인 다역의 역할을 해내는 줄스의 모습은 마치 운동선수처럼 민첩한데 잠시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그녀의 고민은 오직 회사를 위한 생각으로 가득 채워지고 우뚝 성장해버린 회사를 혼자 끌고 가야하는 버거운 상황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새로운 CEO 영입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인턴으로 들어온 노령의 벤은 과거 부사장까지 지낸 자신의 경험을 살려 회사의 전체적인 업무를 파악하고 상사인 줄스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센스 있게 찾아내게 되는데 결국 줄스는 벤에 대한 무거웠던 마음의 문을 열고 혼자만의 고민을 벤에게 툭툭 던진다.

적은 말수이지만 자신의 오랜 경험을 살려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벤은 회사에서 조금씩 신망을 얻어 가는데 회사 동료들로부터 경륜으로 얻어진 능력을 인정받게 되며 그의 능력을 지켜본 줄스는 벤에게 비서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아내 줄스에게 회사를 맡기고 집안일을 전담하는 남편 매트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엄마들의 모임까지 참여하는 등 가족을 위해 헌신하지만 늘 바쁜 줄스로 인한 사랑의 틈을 좁히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기만 하는데 그 틈에 찾아온 숨겨두었던 욕망은 결국 불륜이라는 엇나간 사랑의 길을 선택한다.

모든 것을 성취했지만 정작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데 실패의 위기를 맞은 줄스는 벤과 함께 새로운 CEO를 영입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게 되는데 세상을 오래 살아온 마치 아버지 같은 벤에게 그녀의 고심을 민낯을 드러내듯 내어 보이게 되는데 벤은 그녀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출장 중 호텔 룸에서 줄스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벤에게 남편의 외도와 회사 CEO로서의 고심을 털어놓는 장면이 나오는데 세상 평안해 보이는 아빠와 딸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이지만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으로서는 내심 못된 근심으로 마음이 콩닥콩닥 거리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그 장면이 마치 감독 마이어스가 관객에게 보내는 짓궂은 장난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슈트를 입고 손수건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 벤은 젊은이들에게..., 아니 관객을 향해 말한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손수건을 안가지고 다니지. 그런데 자네 손수건의 진짜 용도가 뭔지 아나? 바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거라네."

젊은이들이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앞서 해본 어른으로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상사인 줄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벤은 어른이 해야 할 일과 세상을 먼저 살아온 선배가 다음세대에게 삶의 지혜를 어떤 방법으로 전달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벤은 줄스에게 상품의 포장하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그런 현명한 CEO의 자리는 다른 사람의 영입이 아닌 줄스 밖에 없음을 알려 주고 남편과의 화해를 통한 가정의 안정과 함께 사업가로서의 성공을 성취하라고 조언한다.

때론 정말 힘이 들 때 툭 던진 한마디가 문제의 실마리를 뚝딱 해결 해 버리듯 벤의 조언은 줄스에게 명쾌한 해답을 제공한다.
[영화 '인턴'(2015 낸시 마이어스 감독) 포스터]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chadol999@hanmail.net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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