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8.10(월) 19:22 전체기사   국제/해외토픽   자유게시판   알림란   기사투고   기사제보

[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25)

The Piano(1993, 제인 캠피온 감독)
진실, 사랑의 옷을 입는다
2020. 04.27(월) 13:55확대축소
[허새롬 영화평론가]
[영화 읽어주는 사람=허새롬 평론가] 베인즈(하비 케이틀)가 검은 베일을 벗기며 에이다(홀리 헌터)의 얼굴에 부드러운 키스로 사랑의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 압권인 영화, The Piano의 엔딩 장면은 나에게 영화상영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제인 캠피온 감독의 명작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영화 The Piano는 마이클 니만의 배경음악에 녹아 들어갈듯 한 거친 바다의 풍경과 함께 화면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듯 흑과 백이 주는 무게감, 맑고 깨끗한 자연과 대비되는 인간의 불투명한 내면의 감정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19세기말(1800년)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의 내용은 영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과 듬성듬성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고립된 환경에 찾아들게 된 20대 미혼모인 에이다(홀릭 헌터)와 9살 딸의 삶과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아버지의 강요로 한 번도 본적 없는 남자 스튜어트(샘 닐)와 재혼하게 된 에이다는 뉴질랜드 마오리족 마을로 오게 되는데 그녀에게는 알 수 없는 이유로 6살 이후 말하는 걸 포기하고 침묵을 선택한 딸 플로라(안나 파킨)가 그녀의 곁을 지킨다.

에이다에게 위안을 주는 또 하나의 존재는 늘 그녀와 함께 해온 피아노로 그녀에게 있어서 피아노는 텔로미어처럼 소중한 존재로 뉴질랜드를 찾은 에이다에게는 그 소중한 피아노가 짐이 되어버리고 만다.

짐꾼들에게는 무거운 짐일 뿐인 피아노는 에이다에게는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는데 필요한 마치 분신 같은 존재이건만 바다에 버려져야 하는 상황인데 집으로 향하는 일행의 뒤에 바다에 덩그러니 남겨진 피아노가 자꾸만 에이다의 발길을 붙잡는다.

낮선 환경에 고립된 그녀에게는 비를 맞고 결혼사진을 찍는 것도 바다에 남겨둔 피아노만큼 중요하지 않아 보이고 바다에 놓인 피아노는 슬픈 곡으로 에이다를 부르는듯한데 결국 에이다는 피아노가 있는 바다로 가기위해 마을에 사는 베인즈(하비 케이틀)를 찾아가 무작정 피아노를 볼 수 있도록 바다에 데려다 줄 것을 애원 해보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베인즈는 에이다의 요구를 들어주는데 둘의 교감의 폭이 조금씩 넓혀지면서 영화는 오목렌즈가 빛을 모으듯 에이다와 베인즈의 감정의 변화에 클로즈업 된다.

복고풍의 허리를 꽉 조인 옷을 입은 에이다의 모습에서..., 낮선 환경에 고립된,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웃음기마저 사라진 그녀이지만 바닷가에 남겨둔 피아노를 되찾기 위한 열망이 그녀에게는 세상 밖으로 향하는 유일한 창이 된다.

피아노와 함께하는 에이다의 미소는 고요한 바다를 삼킬 듯 천사처럼 아름답고, 춤사위를 펼치는 딸과의 평화로움은 'The heart asks pleasure first' 곡으로 연주되는데 마치 꿈속을 유영하는 듯 하는 그녀의 모습은 베인즈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베인즈는 이제 갓 시집온 에이다를 마음으로 품게 되는데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바닷가에 남겨진 피아노를 매개로 에이다의 남편이자 친구인 스튜어트와 거래를 제안한다.

글도 모를 뿐더러 음악의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닌 베인즈는 피아노를 가지면 에이다를 볼 수 있다는 호기심으로 스튜어트와 거래를 하게 되는데 베인즈는 스튜어트에게 땅을 주고 피아노를 그의 집으로 옮겨온다.

에이다는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질척거리는 정글을 지나 피아노가 있는 베인즈의 집을 찾아 레슨을 하게 되는데 정작 베인즈는 피아노는 배우려들지 않고 그녀의 연주를 듣는 것으로 레슨을 대신하게 된다.

둘의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얄미울 정도로 인간의 심리를 잘 꿰뚫어보는 베인즈는 검은 건반개수만큼 에이다의 옷과 치마를 만지는 조건을 에이다에게 제안하게 되는데 에이다는 피아노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베인즈의 욕망을 조금씩 허용하게 된다.

피아노를 되찾겠다는 에이다의 간절함과 에이다를 소유하고 싶은 베인즈의 욕망은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점점 깊어 가는데..., 어떤 대상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영화 속에서 음악을 매개로 극적으로 잘 표현된다.

피아노를 마주한 두 사람은 조금씩 그 거리를 좁혀 가는데 에이다가 소유할 수 있는 피아노 건반의 숫자가 하나씩 늘어갈수록 베인즈의 스킨십은 조금씩 에이다의 마음을 훔치게 되고 에이다 역시 베인즈를 향한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마음을 여미지만 그에게로 다가서는 마음의 향함은 어쩔 수 없다.

스튜어트와 신혼의 밤을 보내지 않은 에이다의 피아노에 대한 욕망과 집착은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욕정을 피아노의 건반에게만은 거침없이 표출한다.

결국 베인즈의 땅과 피아노를 바꾸고 싶은 스튜어트의 욕심은 베인즈에게 에이다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되고 에이다의 피아노 치는 모습에 반해버린 베인즈로 인해 에이다는 그동안 자신이 잊고 살았던 사랑스러운 매력을 다시 되찾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에이다에게 피아노는 말 대신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는 소통의 도구이자 엄마로서 살아온 책임감의 무게를 표현하는 수단이지만 베인즈를 향한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표출하는 또 다른 간절함을 토해내는 의미가 된다.

피아노와 함께하는 베인즈와 에이다의 시간이 늘어가면서 베인즈는 헤어지면 다시 그리워지는 에이다를 결국 붙잡을 수 없다는 상실감에 빠져들게 되는데 에이다를 자신의 곁에 영원히 붙들어 둘 수 없다는 자괴감으로 혼란에 빠져든다.

결국 베인즈는 에이다에 대한 사랑을 혼자만의 아픈 상처로 감당하기로 결심하고 피아노를 그녀에게 보내고 혼자만의 실연으로 간직하고자 하는데 이후 그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포기하며 에이다의 곁을 완전히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베인즈의 깊은 사랑을 확인한 에이다는 베인즈를 찾아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데 두 사람의 절실한 사랑을 직면한 남편 스튜어트는 빼앗긴 사랑에 대한 분노와 자책감에 빠져 자신에게 향할 사랑을 베인즈에게 줘 버린 에이다의 손가락을 잘라버린다.

스튜어트는 베인즈를 찾아가 에이다의 결심을 전달하고 자신이 꿈속을 헤매는 시간이 끝나기 전, 아침이 오기 전에 함께 떠나달라고 말한다.

에이다에 대한 사랑보다 땅을 넓히는데 급급했던 스튜어트는 결국 그녀와 오붓한 시간도, 서로에 대한 신뢰도 쌓지 못하고 잘려나간 에이다의 손가락 통증만큼 자신의 마음에 마치 주홍글씨처럼 스스로 깊은 상처를 새긴다.

스튜어트와 에이다는 외딴곳에서 경쟁도 없고 숲과 자연이 주는 선물을 감사히 느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서로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엇나가고 결국 피아노는 에이다와 베인즈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관객은 에이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지 못한, 노력하지 않은 사랑에 대한 대가를 치르며 힘없이 무너지는 스튜어트의 모습과 한발 앞서 에이다의 마음을 사로잡은 베인즈의 적극적인 사랑의 과정과 결과를 한발 떨어져서 관조적 시점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순간의 선택으로 행복과 불행이 엇갈리는 갈등 상황들을 지켜보는 관객으로서는 아슬아슬하게 전개되는 장면들이 사건과 사건이 점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어느 한 장면도 놓치기 싫은 장면들의 연속이다.

베인즈가 생각지도 못했던 운명의 여인을 만나고 그 사랑을 성취하듯..., 마치 알이 깨어 새가 되고 그 새가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듯..., 영화 개봉 30여년 만에 다시 꺼내 보는 회상의 영화가 '피아노'이다.
[The Piano(1993, 제인 캠피온 감독) 포스터]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chadol999@hanmail.net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개)
이 름 비밀번호
이모티콘
제 목
내 용
칼럼/기고 주요기사
[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27)[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26)
[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25)[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24)
[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23)[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22)
문재인 대통령 2020년 신년사 [전문][독자기고] 한국철도공사 호남철도차량정비단을 아십니…
[독자기고] 후보자의 매너·유권자의 매너 "매너가 사…[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21)
최신 포토뉴스

구례군 집중…

[포토] 500…

전남도, 침…

구례군, 집…

김영록 지사…

인기기사 최신기사
인사말 | 조직도 | 회원약관 | 개인보호정책 | 청소년보호정책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공지사항 | 제휴문의 | 광고문의 | 기사제보

Copyright ⓒ 제호 : 한국타임즈 등록연월일 : 2009. 9. 15. 등록번호 : 광주 아 00039, 광주 다 00238 | 대표이사/발행인 겸 편집인 : 김호성 사장 : 이승규메일:hktimes@hanmail.net

주식회사 청남 : (서울본부) 서울시 서대문구 서소문로 27. 202호(충정로 3가 충정리시온). (광주본사)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로 124. 케이원오피스타운 (7층 713호) 사업자등록번호 : 411-05-82468. 410-86-54027통신판매업신고2012-3600084-30-2-00179 청소년보호책임자 김호성 제보 및 문의 전화 : 062-382-7300(代) (서울) 02-365-0516 팩스 : 062-382-7310 The Hankooktimes [인터넷신문 및 일반주간신문] 이 사이트에 게재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없이 기사와 사진의 무단전재 및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