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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고려인들에게 8.15 광복절은 강제이주 기념일
2020. 09.13(일) 12:28확대축소
[광주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 김병학 관장]
[광주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 김병학 관장]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마을 주민들은 매년 8월15일에 우리와 함께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을 기념한다.

조상들의 땅, 역사적 조국으로 귀환한 고려인 동포들은 선조들이 연해주에서 항일운동에 투신하며 조국을 위해 뜨거운 피를 흘렸고 그것이 도도한 강물처럼 흘러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루는데 초석이 되었음을 알고 이 날을 감격스럽게 여긴다.

따라서 150년을 유랑하다 찾아온 조국에서 맞이하는 행사에서 그들이 느끼는 감동은 선주민으로 살아온 우리가 느끼는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뜨거울 것이다.

CIS 지역에 사는 고려인들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스탄, 우크라이나 등지의 고려인들도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매년 나름대로 8·15 광복절을 기념한다. 그리고 이날을 강제이주기념일로도 삼아 기쁘고도 슬프며 감격스럽고도 가슴 아픈 날로 기념한다.

CIS 고려인들이 8·15 광복절을 강제이주기념일로도 쇠는 이유는 소련의 압제자 스탈린이 고려인 강제이주명령서에 서명한 날(1937년 8월 21일)이 광복절과 며칠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인 강제이주 60주년을 기념하여 고려인 대표와 한국인 144명을 태우고 1997년 9월11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첫 회상열차.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그런데 고려인 강제이주기념일을 이날로 확정하기까지는 고려인들 사이에서 분분한 의견과 논란이 일었었다. 즉 스탈린이 고려인 강제이주명령서에 서명한 8월21일, 첫 강제이주 열차가 연해주 라즈돌노예역을 출발한 9월9일, 첫 강제이주 열차가 카자흐스탄 우스또베역에 도착한 10월9일 등이 기념일의 유력한 후보로 경쟁했던 것이다.

이런 논란들은 소련개방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고 그것이 종식되지 않은 채로 고려인들은 1997년 8~10월에 나라마다 형편에 맞게 고려인 강제이주 60주년 공식 기념행사를 경건하게 치렀다.
[고려인 강제이주 60주년 기념식장인 공화국 회관 앞에 모인 고려인들. 기념 엠블렘 아래 ‘강제’라는 말이 빠진 고려인 카자흐스탄이주 기념식.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그런데 그때 고려인들에게 기념일 확정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법적·정치적·역사적 함의와 책임이 내포된 '강제이주'라는 표현을 쓸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였다.

고려인이 거주하는 CIS 각 나라들은 고려인 강제이주의 불법성을 분명히 인정하고 이에 대한 토론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보장하지만, 강제이주에 대한 정치적 견해와 역사적 책임 문제를 놓고 공식·비공식 입장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그래서 고려인들이 이 행사에서 '강제이주'라는 문구가 들어가는 표현을 쓸 것인지의 문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수의 고려인 대표들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부정적인 뜻을 주는 '강제이주'보다는 긍정적 의미를 띠는 '정착(또는 정주나 이주)'으로 쓰자고 주장했다. 물론, 그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행위라며 이에 반대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이주'를 고려인의 역사와 정체성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여기지만 CIS 고려인들에게는 거주하는 나라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때때로 그것을 전면에 내세우기가 망설여지는 문제로 남아있다. 그래서 그들은 1997년 공식행사 때 "강제이주 60주년"이란 표현 대신 그냥 "이주 60주년"이라는 완곡어법을 썼고 이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때로는 "고려인 문화의 날"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다만 1997년 행사를 계기로 CIS 주요국가 거주국 고려인들은 8·15 광복절을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고려인 강제이주기념일로도 치르는 것을 주요한 전통으로 정착시켰고 매년 기념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고려인 최초 강제이주지 우스또베에서 열린 8·15광복절 기념행사에 참가하여 소고춤을 추는 어린이들(1994년 8월 15일 우스또베).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이래저래 8·15 광복절은 해방과 분단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고려인 강제이주기념일은 '강제'와 '강제가 빠진' 표현 사이에서 우리에게 이중의 숙제를 안겨주는 것 같다.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 sctm01@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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