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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고려인은 누구인가? '고려사람' 또는 '고려인'의 유래와 변천사
2020. 09.17(목) 10:50확대축소
[광주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 김병학 관장]
[광주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 김병학 관장] 우리는 옛 소련지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을 '고려인'이라고 부른다. 그들도 스스로를 '고려사람' 또는 우리가 통상 인종이나 민족 이름을 칭할때 끝부분을 '사람' 대신 한자어 '인'으로 부르는 습관의 영향을 받아 '고려인'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면 '고려사람' 또는 '고려인'이라는 명칭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해서 소련지역 우리 동포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을까?

우리들의 조상이기도 한 고려인들의 조상은 1863년에 처음으로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영토 연해주로 들어가 거주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조선 시대였으므로 그곳에 정착한 조상들은 당연히 자신들을 '조선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은 우리나라를 꼬레야(Корея), 우리민족을 꼬레예쯔(Кореец)라고 부른다.

이는 영어의 코리아(Korea) 및 코리안(Korean)과 같은 어원을 갖는 말로 우리나라 이름이 외국에 널리 알려진 고려 시대의 '고려'라는 나라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러시아 영토에 거주하게 된 우리 조상들은 모든 측면에서 러시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선봉》신문에 실린 조명희의 저항시 '짓밟힌 고려'(선봉 1928년 11월 7일).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그래서 러시아인이 우리를 부르는 명칭을 그대로 음역하여 점차 스스로를 ‘고려사람’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1910년에 우리나라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겨 조선왕조가 아주 사라지자 연해주 거주 지식인들은 더욱 의식적으로 자기들을 '조선사람'이 아닌 '고려사람'으로 불렀고 대중에게도 이 이름을 쓰도록 널리 장려했다.

일부 지식인들은 1897년에 조선의 국호가 대한제국으로 바뀐 점에 주목하고 '고려사람' 대신 열정적으로 '한인'이라 부르며 한반도독립의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지만 이 명칭이 대중에게 널리 인정받지는 못했다.

고려인들은 1937년에 정치적 탄압을 받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하면서도 여전히 스스로를 '고려사람'이라 부르며 억척스럽게 살아남았다. 그런데 1945년 그들의 역사적 조국 한반도가 해방과 동시에 분단되었다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들려오면서 이 명칭은 시련을 겪는다.

얼마 후 38선 이북 지역에 소련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가 세워지고 그 나라의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정해지자 '고려사람'은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고려인들의 모든 공식 명칭과 출판물에는 '고려사람'이 사라지고 대신 '조선사람'이 단독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비공식적·사적 영역에서는 그들이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불러왔던 '고려사람'이 '조선사람'에 전혀 밀리지 않은 채 두루 쓰이며 수십 년간 질긴 생명력을 유지해왔다.
[(왼쪽)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크, 타쉬켄트, 알마틔 등 소련 전지역 고려인 소장 지식인들이 합심해 만든 잡지 '고려사람'(1992년 두번째호. 상트 페테르부르크 발행), (오른쪽) 철학자 박일과 고려인 음식연구가 천 따찌야나가 편찬한 고려인음식레시피모음집 '고려겨례음식'(1994년 알마틔).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그리고 88서울올림픽은 '고려사람' 을 공식영역으로 재소환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과 소련의 교류가 시작되자 고려인들은 '조선사람'이라는 명칭이 한국 측에 자신들이 북한사람의 일부라는 인식을 심어줄 오해가 있음을 깨닫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모든 측면에서 한국과의 교류는 북한에 비해 압도적으로 중요해졌다. 이에 고려인들은 1990년대 초입에, 선조들이 예전부터 써왔고 일상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널리 쓰이는 '고려사람'을 자신들을 가리키는 유일한 명칭으로 공식화하였다.

이후 그들은 한 세대를 흔들림 없이 '고려사람'으로 살아오고 있고 우리도 애정을 갖고 그들을 '고려사람'으로 부르고 있다.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 sctm01@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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