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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임즈 오늘의 詩] 고려인의 피어린 삶을 노래한 박연수 시인의 '판지 아리랑'
2021. 07.18(일) 11:15확대축소
[박연수 시인의 시집 책표지}
'판지 아리랑'

- 박연수 -

조국아, 하늘의 쓰레기를 모아서 버렸다는 판지 강가에
슬퍼 곪아 죽은 사람 있다는 소릴 들었는가?
조국아, 버려진 자식 찾으러 오는 에미처럼 내게로 오지 않으려는가?
사람으로 태어나지 말고 새로 태어났으면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게

*원동서 스탈린이 구겨 넣은 기차 안에서
고려 핏줄이 짐승처럼 죽어가도 한 숨 돌릴 틈 없이
삼동, 낯선 땅에 버려져 가마니가 이불이고 천장이고 집이었어도
울음은 우는 것이 아니라 삭히는 것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게

이야기를 보듬는 조국이 되믄 아니 되겠는가?
먹다 버린 소내장을 주워 시래기 넣고 끓여 먹는 우리를 참 잡것들이라 했지
몹쓸 것들이 장두콩으로 된장을 만들어 먹고
젓이 다 된 청어를 회로 먹는 그리움을 알아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게

조국아, 하늘의 쓰레기를 모아서 버렸다는 *판지강에
나도 버려져 흘러 가기 전에
조국아, 잃어버린 자식을 찾으러 오는 에미처럼
내게로 오지 않으려는가?
내일을 맞을 뭉개진 오늘의 끝에서
우릴 보듬는 조국이 되면 아니 되겠는가?
아리랑 아리리요 아리랑 아라리요.

* 원동 : 연해주의 옛 이름
* 판지강 : 아프카니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에 흐르는 강. 고려인들이 이곳에서 양파농사를 지었음. 고선지 장군이 중앙아시아 서역정벌 시 파미르고원을 넘어 급류인 판지강 도하에도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강.

박연수 시인은 타지키스탄에 살면서 판지강가에 '버려진 자식', 곧 수많은 '고려인들'을 만났다. 레닌 동상 아래서 볶은 해바라기 씨를 팔아 그것을 쌀로 바꾸는 박류다 할머니, 북한에서 벌목 노동자로 나와 그곳까지 밀려온 이원석 할아버지 등의 슬픈 사연을 그의 시에 담았다. 아울러 시인은 어느 누구도 어루만져 주지 않았던 유랑민 고려인의 삶들을 정제된 시어를 통해 어루만져 주고 있다. 그들과 하나 되기 위해 그들 속으로 걸어 들어간 시인의 몸짓과 내면의 고백이 진솔하게 드러난 삶의 노래 '판지 아리랑'이 독자들의 마음에 끝없는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작가 : 박연수 시인

박연수 시인은 전남 광양출신으로 1994년 MBC 창작동화와 2019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했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는 선교학을 전공했으며, 타직사범대와 타직연합신학교 및 호남순복음신학교, 그리고 유수프신학교 등에 출강했다. 타지키스탄 선교사도 지냈다. 최근까지 아프가니스탄 난민 관련 일을 하는 이슬람 전문가로 활동 중 잠시 고향에 돌아와 첫 시집 '더 이상 부르지 않은 이름'을 지난 6월 '문학들 시인선' 7번째 권으로 펴냈다. 또한 몇 년 전 안식년을 맞아 귀국, 잠시 쉬던 중 고려인들의 마을공동체인 광주고려인마을에 머물며 국내 정착한 고려인의 삶을 지켜본 바 있다.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 sctm01@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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