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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허새롬의 'Movie 나들이' (29)

어톤먼트(2007, 조 라이트)
악녀인 브라이오니의 상상력이 가져온 비극의 스토리
2021. 11.03(수) 15:33확대축소
[허새롬 영화평론가]
[영화 읽어주는 사람=허새롬 평론가] 타자기 소리, 높은 층고, 웅장함을 더한 대저택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스크린의 화면에 집중하는 순간 순백의 단아한 원피스의 실루엣이 등장한다.

작가가 꿈인 명문가 집안의 막내딸 브라이오니(로몰라 가레이)는 사랑하지만 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데 사촌 동생들을 모아놓고 연극준비에 여념이 없을 만큼 활동적이고 저돌적인 성겪을 갖고 있다.

마치 큰 호숫가에 백조 한 마리가 여유로이 즐기는 것처럼 살아가는 브라이오니의 언니인 세실리아(키이라라이틀리)는 아름다운 자태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삶을 살아가는데 그런 세실리아를 바라보는 브라이오니의 시선에서 왠지 모르게 질투의 감정이 묻어난다.

결국 브라이오니의 언니에 대한 질투와 자매간의 경쟁은 세실리아를 비극으로 몰아가는데 2차대전으로 인한 전쟁의 참상처럼 언니 세실리아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게 한다.

오만과 편견을 제작한 조라이트 감독은 어톤먼트를 마치 원작 속에 작품을 투영하듯 섬세하게 이끌어 가는데 영화에서는 사랑과 짝사랑의 파국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세실리아와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제임스 맥어보이)는 어릴 적부터 상대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만 신분의 차이로 인해 서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며 각자의 사랑을 마음속에 키워가고 있다.

비록 가정부의 아들이지만 캠브리지 의대를 졸업할 정도로 영민한 로비는 격의 없이 어린 시절 들판에서 뛰어놀던 세실리아를 마음속에 흠모하며 사랑의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며 성장하게 되는데 문제는 세실라아의 어린 여동생 브라이오니도 로비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비극의 전조가 된다.

그런 와중에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편지를 한통 보내게 되는데 그 편지를 보게 된 브라이오니는 둘의 사이를 더욱 오해하게 되고 질투의 감정을 더해가게 되는데 로비에 대한 사랑의 속내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브라이오니의 감정은 로비와 세실리아 사랑에 질투의 비수로 날아가는데 둘 사이 사랑이 커 갈수록 브라이오니의 감정은 통재불능으로 변하게 된다.

세실리아의 초대로 저택을 찾은 로비는 세실리아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재에서 사랑을 나누다 그 장면을 브라이오니에게 들키게 되는데 브라우니는 언니와 로비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깊은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브라이오니의 세실리아와 로비에 대한 질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마침 저택을 찾은 브라이오니의 사촌 로라가 숲에서 어떤 남자에게 겁탈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브라이오니는 사촌 로라를 겁탈한 범인이 로비라며 어처구니없는 위증을 하게 된다.

범인으로 지목당한 로비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고 감옥에 가는 대신 2차대전이 한창인 전쟁터로 자원입대를 선택하게 되는데 로 비가 전쟁터로 나가자 상심한 세실리아 역시 간호사를 지원해 로비를 기다리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브라이오니는 뒤 늦게 세실리아와 로비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자신의 질투와 오해로 인한 위증으로 둘이 헤어지게 된 사실을 자책하며 남은 생을 살아가게 된다.

작가로 노년을 맞은 브라이오니는 세실리아와 로비, 자신의 실전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마지막 작품으로 발표하는데 소설 속 인물들이 실명이고 자신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브라이오니는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한 세실리아와 로비는 소설 속에서 다시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현실에서 두 사람은 그날의 비극적인 사건 이후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브라이오니가 밝힌 진실은 소설과는 다르게 세실리아는 로비를 기다리며 간호사 생활을 하다가 지하철 역에서 독일군 공습으로 사망했고 전쟁터에 자원입대한 로비 역시 세실리아를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프랑스 전투에서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브라이오니의 질투가 서로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놓았고 결국 두 사람의 비극적인 죽음을 초래한 셈인데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의 행복한 재회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큰 위로로 다가오지 않음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톤먼트(atonement)는 속죄라는 뜻인데 뒤 늦은 브라이오니의 속죄가 현실의 세실리아와 로비에게 부과된 비극적인 결말을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할 뿐이다.
[어톤먼트(2007, 조 라이트) 포스터]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chadol999@hanmail.net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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