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임즈

고려인 극작가 한진 작품 '폭발' 국내 첫 공연…뜨거운 감동
2021. 03.10(수) 10:10

[재소고려인 2세대 한글문학 작가이자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유일한 프로극작가로 활동한 한진의 희곡 ‘폭발’ 이 광주연극제를 통해 한국연극사 최초로 무대에 올라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사진=광주고려인마을 제공]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 재소고려인 2세대 한글문학 작가이자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유일한 프로극작가로 활동한 한진의 희곡 '폭발'이 광주연극제를 통해 한국연극사 최초로 무대에 올라 국내에 소개됐다.

지난 8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개최된 공연에는 5.18단체 주요 인사, 정치인, 고려인마을 주민, 광주시민사회단체 단체장 및 회원, 그리고 각 대학 교수와 연구자 등 100여 명이 관람했다.

이번 무대를 통해 광주시민사회와 지역사회 인사들은 고려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어떠했는지, 문학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한글문학에 혼을 바친 고려인 극작가 한진이 남긴 작품 중 '폭발'은 재소 고려인이 창작한 모든 문학 작품을 통틀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유일한 사례다.
[사진=광주고려인마을 제공]
[사진=광주고려인마을 제공]
무대에 오른 희곡 '폭발'은 대한민국의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미군 포 사격장에서 불발탄을 분해해 고철로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과 양공주, 80년 5월 항쟁에 참가했다가 계엄군에 붙들려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청년과 군인이 등장하고, 이들은 모두 월남전과 5·18광주 민주항쟁으로 자식 또는 부모 등 가족과 생이별한 인물들로, 군사정권의 야만적 폭거에 대해 민중의 분노가 폭발함과 억눌린 민초들의 절망이 새로운 자각으로 깨어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관람객 대다수의 반응은 "고려인의 시각으로 본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대체로 조국의 민주화를 향한 열정과 조국애가 담겨 있어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며 "낯선 이국땅을 살아가면서도 조국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고려인의 삶에 뜨거운 동포애를 느꼈다"고 전했다.

희곡 '폭발'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김병학 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장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다. 김병학 관장이 23년간 카자흐스탄에 머물며 수집한 유물 2만여 점 중 23점이 지난해 1월 국가기록물로 등재되자, 고려인마을극단1937(예술감독 최영화)과 협력 작업이 시작되고, 마침내 극단 '진달래피네'를 통해 광주연극제 무대에 올라 고려인 선조들의 문학적 우수성과 조국애를 선보일 수 있었다.

한편, 한진은 재소고려인 2세대 한글문학 작가이자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유일한 프로극작가로 활동한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북한에서 태어난 한진은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지식을 갖춰 김일성종합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모스크바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그러던 중 1950년 6·25에 참전해 동족상잔의 아픔을 경험하면서 모스크바 유학기간 동안 북한 체제를 비판하다 결국 망명길에 오른다. 한진은 고국을 떠나 각 나라를 떠돌아다니는 등 오랜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거쳐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의 핵심 지식인으로 정착하게 된다. 이후 고려인 사회의 유일한 전문예술기관인 고려극장에서 예술가로 활동했으며 다수의 문학 작품을 남겼다. 한진이 남긴 작품 중 희곡 작품 7점은 지난 2020년 국가기록물 제13호로 지정됐다.

이에 광주고려인마을은 대표 콘텐츠인 '나는 고려인이다'와 한진의 '폭발' 그리고 '나의 고향 연해주, 타쉬켄트, 광주'의 상설 공연을 통해 일제강점기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고려인 선조들의 잊혀진 역사를 복원하고, 국가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살아있는 '역사마을 1번지' 광주고려인마을을 조성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 sctm01@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