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임즈

[마성만 기자의 고수 스토리] 이 시대의 진정한 교육의 고수 이규석 박사를 만나다

40년 교육현장을 누빈 교육 전문가 이규석 박사

2013. 04.30(화) 01:40

[교육 고수 이규석 박사]
[한국타임즈 마성만 기자] 교육을 백년대계라 했던가? 부강한 나라가 되려면, 미래의 발전을 보려면, 그 나라의 교육수준을 보면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고수열전 인터뷰 기자인 본인도 교육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다.

교육이란 것은 교육 분야만을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전반에 바탕이 되고 기반이 되는 것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고수열전 인터뷰의 원칙이 종교와 정치에 관해선 불가근 불가원...즉,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원칙이기는 하나 본 기자도 대한민국 사회의 교육을 받아온 사람이라 감히 교육 전문가들을 숱하게 찾아다녔다.

특이한 이력을 지닌 본 기자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체육선생님에게 별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따귀를 열대이상 다이렉트로 맞고 이 사회의 교육에 대한 깊은 편견과 회의에 빠져 국어책만 빼고 다른 과목의 책들은 중고서점에 팔아버린 시절이 있다. 물론, 전교 10등으로 학교에 입학해 전교 꼴지로 졸업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본 기자이기에 교육전문가를 만난다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 역사적인 일이었다.

아이들이 왕따당하고 자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간 본 기자가 숱한 소위 교육전문가라는 사람 100명 정도에게 질문한 바에 대한 답을 유일하게 써 준 분을 소개 하고자 한다. "철학과 역사교육의 부재이다."라고 40년 내공으로 대답해 준 교육전문가 이규석이 바로 그 사람이다.

과학교육 전문가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인문학적 소양은 매우 높았다. 융합의 시대를 맞이하여, 과학교육분야 전문가임에도 역사와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과 요소가 웬만한 인문학자 이상이었다.

- 문 : 아이들이 왕따당하고 자살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답 : 음...이런 질문은 처음이지만,교육계에 45년을 있다보니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많이 했습니다. 마기자님 질문이 참으로 교육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입니다. 철학은 도덕과는 다릅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아무 문제 없이 잘돌아간다. 그러나 내가 없으면 세상이 안돌아간다!' 이것이 청소년기에 정립되어야 될 철학입니다.

유물론이나 관념론을 논하는 철학이 아니라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원래 천부적으로 한 가지 이상의 소질과 적성을 타고 납니다. 이것이 잘 계발되어 발휘될 때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하지 못하면 그것이 현대판 문맹인이라고 토플러(Alvin Toffler)는 설파했습니다. 스스로 깨닫는 것이야 말로 창의성을 갖춘 실력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도 지구촌 여기저기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뼈를 깎는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공부이던 사업이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기를 이겨내는 고독한 싸움이 있습니다.

즐기면서 공부(일)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극복해낸 후가 되어야 즐거움이 옵니다. 즐거움의 크기는 싸움의 크기와 얼마만큼 이겼는가에 비례하겠지요. 사람은...아이들은 어떤부분에 한가지 이상은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선택의 폭과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어 먹고 사는 것에 충실하기 전에 자신의 소질을 살려주어야 합니다.

- 문 : 10년의 교직생활에서 여고생들을 데리고 학교에 이야기도 안하고 단독 소풍을 갔다는데...?
- 답 : 하하하...그런 적이 있지요. 가을에 단체로 몇백명이 소풍을 가잖아요. 소풍이라는 것이 굉장히 교육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소풍이란 것은 학생들이 즐거우라고 가는 것인데, 몇백명이 획일화되게 움직이다 보면 먼지나 폴폴나고 한사람 한사람 소개도 못하고...우르르 몰려갔다가 몰려오는 것은 진정한 소풍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한 학년 14개반 850여 명이 동시에 한 장소로 소풍을 갈 때 제가 담임을 맡고 있는 여고생을 몽땅 이끌고 반소풍을 갔었죠. 보고도 안하고요. 하하...
나중엔 학교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께 엄청나게 야단 맞은 기억이 있습니다.

여학생들은 무척이나 좋아하더군요. 그 당시가 80년대 초 였는데, 없던 일을 벌인셈이죠. 동기는 순수했습니다. 교육이란 것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가고 출세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성교육이 되어야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 친구들끼리 자연을 벗삼아 대화도 하고 한명씩 앞에 나가서 자기소개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고...몇백명이 가게 되면 소외받고 먼지나는 데서 밥이나 먹고 오고 그렇게 되잖아요. 제가 담임 맡은 반이 성적도 가장 좋은 편이었습니다. 다른 반 친구들이 반소풍간 것을 많이들 부러워했다고 하네요.

나중에 제가 교장으로 재직중일 때 초임선생님들이 독창적인 것들을 진행할 때 실수를 하더라도 그 때를 생각해서 너그럽게 평가해주고 그랬습니다.

- 문 : 1980년이면 사회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무척 파격적이었을 텐데요...?
- 답 : 그랬죠. 그런데 그 시절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잘해주고 하는 마음들이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희들이 가난한 이 나라의 기둥이다! 이런 생각이요. 지금은 오히려 권장하지만 30년 전 반소풍이라는 것을 가니 위에서 뭐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해서 시행했습니다.

이보다 더 강한 질책을 학교로부터 들은 것은 방학 동안에 희망 학생 30여명을 부모 동의만 얻고 경비를 학생들로부터 내게 해서 서해 용유도 해수욕장으로 여름 과학캠프를 간 것입니다. 학교에 보고를 안했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남자선생이다 보니 여선생님 두세분과 함께 방학 중 1박2일로 캠핑을 갔었죠. 하하... 정말 오래전에 일인데...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 문 : 지금 티비에서 하는 1박2일의 원조가 바로 이규석님이셨네요. 하하하...
- 답 : 하하하...네 그런가요...? 하하...학생을 가정과 학교에 가둬만 두려는 그 당시 상황에서 해수욕장을 포함하여 야외 학습을 한 것은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습니다. 다음 해에는 이를 발판삼아 어려웠지만 학교에서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학생들과 함께 2박 3일의 일정으로 해양 탐사를 갔습니다. 용유초등학교 교실을 빌리고 쌀과 김치와 반찬을 가져오게 해서 직접 밥도 지어먹도록 했는데 학생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밀물과 썰물, 조간대, 해류의 흐름과 속도 알아내기 등 탐사는 학생들 마음속에 좋은 현장 학습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이것은 많은 교육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후에 자신들이 어른이되서 이런 추억을 기억하노라면 정서적으로나 자기계발적으로나 인성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는 것은 말할나위도 없는 것이겠죠...! 그 당시는 수련원같은 개념도 전혀 없던 시절이었죠. 지금도 교육에 있어 인성을 기본으로 하자는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부모님의 동의를 얻고 학교선생님과 학생들이 자연에서 1박2일을 함께 하며 지내는 것은 더불어 사는 마음, 집단생활을 통한 협동과 상호 이해, 다양한 대화, 자연과의 교감 등으로 생각의 폭이 얼마나 커지겠습니까? 그때 즐거워하던 여고생들의 얼굴, 얼굴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낙엽만 떨어져도 깔깔거리던...모두가 시인이었던 여고생들의 얼굴을 잊지 못합니다. 그들도 그 추억이 힘이되어 인생을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문 : 어릴적 정서가 많은 것들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규석님의 어릴적 가정환경과 교육수준은 어떠셨나요?
- 답 : 전쟁직후의 대한민국은 참으로 피폐했었죠...저는 산 좋고 물 좋은 경기도 양평 출신이었고요. 그 시절 그렇듯 어려운 가운데 농사 짓는 부모님 밑에서 여느 아이와 별반 없이 성장과정을 거쳤습니다. 교과서도 없고...학교 입학 후 처음 받아 본 교과서는 2학년 2학기 때 셈본이란 교과서인데 받아들고 너무 좋아 했습니다.

4학년 1학기 때는 국어교과서가 선생님만 있었는데 국어교과서의 어떤 부분을 다음 날 약 400명 정도인 전교생 앞에서 제가 낭독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비가 와서 운동장 모임이 없었고, 마이크는 커녕 전기도 안들어 오던 시절이니까 각 반별로 실내 모임을 하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우리 반 학생들 앞에서 국어책의 그 부분을 낭독하게 했습니다. 별로 잘 하지 못하자 운동장 조회가 없기를 천만다행이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어제 낭독할 부분을 외울 정도로 잘 연습해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집안 일 거들어야 하니까 시간도 많지 않았지만 학생들에게 교과서도 공급되지 않던 시절에 읽을 만한 다른 책이 있을리 만무했습니다. 그래서 그 국어책을 끝까지 읽는 재미로 반복해서 연습해야 할 부분을 한번밖에 읽지 못했습니다.

교과서 비슷한 것을 받고 너무나 기뻐서 두손으로 안고 다니고 잠잘 때 머릿맡에 놓고 자고, 닳고 닳도록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동무들과 들판을 헤집고 다니며 온종일 노는 것이 전부였으나 초등학교 1학년때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어머님의 농사일을 도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4남 2녀의 넷째였지만, 하나뿐인 형은 서울 경복고등학교에 재학중이고 누님은 청계천 평화시장 다락방에 미싱사로 일하고 있으니까 형, 누나를 대신하여 어머니일을 도울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초등학교1학년, 그 여린 고사리 손으로 농사일을 돌봐야하고...하지만 허리가 휘고, 뼈가 삭아내릴 정도로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함께 땅을 일구면서 저는 저의 일평생을 뒷받침해 준 귀한 정신 두 가지를 혼불처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농토에서 턱없이 부족한 노동력으로 어머니가 생산해낸 작물은 우리 여섯 아이들과 어머니가 근근히 살아갈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근검절약하며 여섯아이들을 훌륭하게 성장시켰습니다. 결코 하늘에서 떨어질 행운이나 공짜를 바라지 않았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근검절약하며 신성한 노동의 댓가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 이것이 내가 어머니와 땅에 배운 첫 번째 혼불이었습니다.

두 번째 혼불은 교육에 대한 비전이었습니다. 저의 형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시절을 거쳐 사회인으로 우뚝서기까지 어머니가 보여준 헌신적인 삶은 참으로 눈물겨운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굴지의 신문사 사원이 된 형보다 척박하기 이를 때 없는 환경에서 교육에 대한 비전과 확신으로 그런 형을 길러낸 어머니의 모습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됩니다.

어머니는 어쩌면 교육 또한 농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어머니의 농사와 형의 성장을 보면서 "나도 어머니를 닮으리라. 형이 그랬듯 어머니의 씨앗이 되어 어린 동생들을 뒷받침하고 나아가 농사 짓는 마음으로 교육자의 길을 걸어가리라." 이렇게 다짐했었죠.

이 시대의 진정한 교육전문가 이규석, 40년 교육현장을 누빈 교육의 고수 이규석 박사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하면서 지금도 교육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교육 고수 이규석 박사]
< 학 력 >
~ 1992 한국교원대학교대학원 교육학 박사
~ 1977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
~ 1973 서울대학교 과학교육학 학사
~ 1965 한영고등학교
양평중학교
생년월일 : 1946년 10월 20일 (만65세)
출신 : 경기도 양평
< 경 력 >
2011 ~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초빙)
2011 ~ 한국에너지기후변화교육학회회장
2009 ~ 2011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 본부장
2009 ~ 한국과학교육단체 총연합회 회장
2007 ~ 2008 서울고등학교 교장
2007 ~ 2008 한국자연보호연맹 학교장연맹 연맹장
2006 ~ 2008 한국교육행정연수회 회장
2006 ~ 2007 서울특별시교육청 평생교육국 국장
2006 ~ 2010 서울체육장학재단 이사
2004 ~ 2006 서울특별시 교육연구원 원장
중앙대학교 겸임교수
2003 ~ 2004 서울특별시 교육과학연구원 원장
2002 ~ 2004 한국체험과학교육회 회장
2002 ~ 2003 한국창의력교육학회 부회장
2001 ~ 2003 한국지구과학회 교육연구회 회장
< 상 벌 >
1982 서울시교육감상, 과학기술처장관상
1991 대통령표창
2007. 12 대한민국무궁화대상(교육부문 수상)
2008. 8 녹조근정훈장
2011. 3 청람대상 사도(師道)상

한국타임즈 마성만 기자 hktimes5@hanmail.net 한국타임즈 마성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